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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는 어려서부터 현명한 주인을 섬기고자 하는 뜻을 품었다. 그는 자라소 유능한 인재로 추천받아 한복의 부하가 되었다. 그러다가 저수는 원소를 따라 하북으로 가서 여러 가지 계책응 내놓는다. 이렇게 해서 저수는 원소의 총애를 받게 되었다. 그는 안으로는 꾀를 내는 사람의 우두머리였고, 밖으로는 장수들을 감독하는 인물이었다.
원소와 조조의 관도 전투가 무르익고 있었다. 저수는 원소에게, 힘과 지리적 우세을 이용하여 차근차근 확실한 방법으로 병력을 나누어 공격해야 하며 한 번에 승리를 거두려 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원소와 의견이 달랐다. 이런저런 사건으로 원소는 저수를 조금씩 멀리하게 되었고, 저수의 직권은 크게 약해졌다.
드리어 전투가 시작되었다. 성급히 쳐들어가면 안 된다고 저수가 여러 번 간언했지만 원소는 듣지 않았다. 이에 실망한 저수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원소는 이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마침내 원소는 관도 전투에서 패했다. 원소는 8백명만 데리고 허둥지둥 도망가면서 저수는 내버려 두었다. 그 바람에 저수는 조조군에게 잡혀 포로가 되었다. 인재를 아끼던 조조는 저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원소가 그대의 충고를 들었다면 내가 어찌 승리했겠는가! 인재가 잘 보좌하는데도 사람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니 패할 수 밖에!”
조조는 저수가 옛 친구이고, 재능이 아까워서 받아 주려고 했다. 저수가 조조에게 항복했다면 관직은 물론이고 더 큰 명망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수는 흔들림 없이 말했다. “나는 결코 투항하지 않는다.” 이렇게 저수는 항복하지 않고 원소에게 가고자 했다. 결국 그는 죽임을 당했다. 결과를 보면, 저수는 그의 재능을 제대로 키워 주지 못한 주인을 만나 그렇게 시들었다. 삼국이 나아가는 형세를 잘 간파했던 그는 원소가 실패의 길을 가려 할 때마다 올바른 제안을 내놓았으나 원소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원소는 실패에 점점 가까이 다가간 것이다.
옛말에 “군자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말이 있다. 나의 진짜 가치를 잘 헤아리는 사람, 나의 능력을 알아보고 그것을 펼치도록 도와줄 사람에게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원소는 과연 저수를 잘 알아보았는가? 원소는 처음에는 저수를 신임했지만 이후 멀리했다. 설령 저수가 원소에게 돌아갔더라도 원소가 그에게 살 길을 마련해 주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저수를 훌륭한 ‘충신’이라고 해석하기도 어렵다. 저수는 ‘충성’을 바쳤다기보다는 단순히 ‘고집’을 내세웠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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