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10. 31.

    by. ly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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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연의>에서는 마치 육손이 형주를 되찾은 가장 큰 공신이며 숨은 지휘자인 것처럼 쓰고 있다. 앞뒤를 좀 더 보자. 여몽은 형주를 되찾겠다고 큰소리를 치며 육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관우가 강을 따라 많은 봉화대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여몽은 그 봉화대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아픈 척한다. 다른 곳에 있던 육손은 여몽이 아프다고 말하는 이유를 짐작하고 육구로 와서 해결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역사서<삼국지>의 기록은 이와 다르다. 여몽은 육구에 도착해 관우와 좋은 관계를 맺어 관우을 방심하게 만들려고 했다. 관우가 번성을 공격하려 출전했을 때 여몽은 이때가 형주를 되찾을 좋은 기회라고 여겨 손권에게 몰래 편지를 보낸다.

     

       “관우가 멀리 출전하면서 많은 군사를 남겨 형주를 지키게 하는 것이 나를 경계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예로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니 병을 치료하러 간다는 이유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관우가 그 소식을 들으면 형주에서 군사를 움직여 번성으로 갈 것입니다. 그 틈을 타서 공격하면 바로 형주를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손권은 이러한 청을 들어주었다. 그러자 육손은 손권과 상의 없이 바로 여몽을 찾아가 직접 묻는다.

     

       “이 시점에서 형주를 떠나면 형주의 정세가 위태로워지지 않습니까?”

     

       여몽은 자신의 속뜻을 육손에게 밝히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하지만 내가 많이 아프네.”

     

       육손이 말했다. “관우는 늘 교만했으니 장군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방심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때 우리가 갑자기 공격하면 승리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몽은 여전히 자기의 뜻을 말하지 않고 머뭇거렸다. “관우는 용맹하고 전쟁에 능하니 싸움이 쉽지 않을 걸세.”

    여몽은 육손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손권에게 바로 육손을 추천하여 육구를 맡게 했다.

     

       이로 보아 역사적 사실은 다음과 같다. 여몽은 처음부터 형주를 되찾을 방법을 파악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육손의 뜻이 자기 뜻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둘이 힘을 합쳐 형주를 되찾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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