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11. 2.

    by. ly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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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달은 유비에게 편지 한 통을 쓰고 조조에게 항복한다. 맹달이 유비에게 쓴 편지에는 구범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구범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일화로 알아보자

     

       구범은 춘추시대 진()나라 신하였다. 여러 사건이 일어나 제후의 아들 중이가 다른 나라로 망명을 떠나야 했다. 그때 구범은 중이의 곁을 지켜 따라갔다. 망명 중 제나라에서 후한 대접을 받은 중이는 우쭐해져서 제나라에 5년이나 머물렀다. 그러면서 슬슬 패기도 사라졌다. 이를 보다 못한 구범은 술에 취한 중이를 가마에 싣고 제나라를 빠져나왔다. 중이가 술에서 깨고 보니, 그곳은 제나라가 아니었다. 중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 칼을 빼 들었다. 그러자 구범이 말했다.

       “저를 죽여 당신이 큰일을 이룰 수 있다면 기꺼이 죽겠습니다.”

       화가 난 중이는 으름장을 놓았다.

       “큰일을 그르치면 내가 너의 고기를 씹어 먹을 테다.”

       “비리기만 한 저의 살점이 맛이나 있겠습니까?”

       이렇게 중이는 오랜 세월을 남의 나라에서 떠돌아야 했다. 그 곁에는 늘 구범이 함께 있었다. 세월이 흘렀다. 정세가 바뀌어 중이는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중이와 구범은 드디어 귀국길에 올랐다. 눈앞에 황하의 도도한 물결이 보였다. 저 강만 건너면 그리던 고국이다.

       그런데 구범이 중이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몇 년 동안 보필하면서 많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하지만 그때 일은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만 떠날까 하옵니다.”

       중이는 깜짝 놀랐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면 구범과 함께 모든 영화를 누리겠소.” 그러면서 중이는 황하 물결에 대고 맹세했다. 구범은 중이와 함께 고국으로 돌아갔다.

     

       맹달은 유비 앞으로 쓴 편지에 이러한 이야기를 담았다. 그 의도는 자기도 구범처럼 유비의 곁을 떠날 예정이며, 유비가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않았다고 비꼬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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