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5. 23.

    by. ly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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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가 강하로 피신한 뒤 제갈량은 유비에게 손권과 동맹을 맺을 것을 권유한다. 유비는 걱정스러웠다. “손권과 유표는 원수 사이였고 나는 오랜 세월 유표에 위탁해 왔는데 손권이 나를 도우려 할까?” 다시 말해 지금 자신은 조조에게 쫓겨 우스운 꼴이 되었는데 손권이 설사 나를 돕는다고 해도 나를 우습게 생각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에 제갈량이 말한다.

       “손권은 조조의 공격을 두려워하므로 함께 힘을 합칠 사람을 찾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도도한 자세를 취하면 오히려 그쪽에서 우리에게 손을 내밀 것입니다.”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 손권이 사정을 살피려고 노숙을 보내 왔다. 노숙을 맞이한 유비는 제갈량이 분부한 대로 잘 모르겠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노숙이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유비는 태연하게 창오의 태수 오신에게 의탁하려 한다고 대답했다. 대답을 들은 노숙은 조급해지기 시작했고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밝혔다. 유비와 제갈량이 다시 손권과 친분이 없음을 들어 난색을 보이자, 노숙은 제갈량에게 형 제갈근과의 친분을 들먹이며 그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이처럼 유비와 제갈량은 일부러 태도를 꾸며서 자신들이 위치를 바꾸어 놓았다. 쫓기는 도망자 처지에서 손권과 평등한 처지로 올라선 것이다.

       옛날 병법을 보면 전쟁을 치를 때 상대에게 자신의 실정을 알리지 말라고 되어 있다. 그렇게 해야 남이 자신을 간파하고 조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책략은 전쟁뿐 아니라 사람과의 사이에서도 써먹을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사람과 사람 또는 집단과 집단 사이에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가 꼭 생긴다. 상대의 약점이나 필요를 파악해 상대가 자신의 의도대로 따르게 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의도를 숨긴 채 상대가 자신의 약점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면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고자세를 취한다는 것은 자신의 의도를 숨기는 것이다. 당시 유비는 손권과 손을 잡지 않고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손권이 이를 알아차렸다면 유비에게 불리한 동맹 조건을 내걸었을 것이다. 당시 손권의 목적도 유비와 손을 잡고 조조를 치는 것이었지만, 그리 시급한 문제는 아니었다. 그 때문에 제갈량은 유비에게 동오 말고도 다른 선택이 많은 것처럼 행동하게 했다. 그러자 동오는 유비와 동맹을 맺는 것이 굉장히 시급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동맹을 청하고, 유비는 이에 응해 손권과 손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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