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6. 9.

    by. ly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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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팽양은 키가 8척이고 용모가 대단한 남자로 묘사되어 있다. 이는 역사가들이 제갈량을 묘사할 때와 비슷한 말이다. 하지만 이 미남자에게는 제갈량에게 있는 의젓함과 겸손함이 조금도 없었다. 팽양은 심하다 싶을 만큼 오만하여 많은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했고 수많은 비방을 받았다. 그리하여 유장은 그에게 곤형(머리를 다 깍는 형벌)을 내리기도 했다. 유비가 서천으로 진출한 것은 팽양이 재기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는 정확한 분석력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순식간에 유비의 신임을 얻고, 유비는 나중에 그에게 중요한 직책을 맡겼다.

     

       팽양은 한 번 실패한 적이 있는 만큼 더욱 현명해지고 신중해져야 했지만 단번에 높은 지위에 오르자 거만해져서 제갈량의 반감을 사게 된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제갈량은 겉으로는 팽양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사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갈량은 유비에게 말하기를, 팽양이 너무 교만하니 신하로만 남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유비는 그 뒤로 팽양의 언행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팽양이 본분을 지키지 않을 사람이라고 판단해 강양태수로 임명하고 추방했다.

     

       이런 조치로 자존심이 상한 팽양은 마초에게 불만을 토했다.

       “유비라는 늙은이는 참으로 황당한 사람인 데다 인재를 몰라봅니다. 만약 마 장군이 밖에서 전쟁을 책임지고 제가 안에서 정치를 맡는다면 천하를 평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초는 너무 놀라서 팽양이 돌아가자마자 유비에게 글을 올렸다. 그리하여 팽양은 다시 죄인이 되어 옥에 갇혔다. 팽양은 자신의 죄가 크다는 것을 깨닫고 제갈량에게 구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역사서는 그 내용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저는 유비가 절 알아보고 써 준 은혜를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찌 반역할 생각을 했겠습니까? 마초에게 한 말은 그저 힘을 합쳐 유비를 보좌하자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을 오해하고 왜곡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소이다. 저는 술을 마시고 유비가 늙었다고 헛소리를 한 것일 뿐, 사실 유비는 절대 늙지 않았소. 대장부가 큰일을 하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겠소! 제갈량께서는 훌륭한 신하이며 유비와 함께 대업을 이룰 분이니 저의 본심을 이해해 주십시오.”

     

       하지만 이 서신은 팽양의 목숨을 살리지 못했다. 그는 결국 사형당했으며 그때 나이 37세였다. 자신에게 재능이 좀 있다 하여 앞뒤 가리지 않고 날뛴 것이 그의 실패를 이끌었다. 그러니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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