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6. 1.

    by. lycian

    반응형

       사람을 볼 줄 아는 것도 어렵지만 사람을 부리는 것은 더욱 어렵다. 사람을 부리려면 그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하고 그 사람의 재주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조조는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쓰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잠시 눈이 삔 조조는 대단한 인재를 코앞에서 놓친다. 조조의 이러한 실수는 역사를 뒤바꾸어 놓았다. 심지어 고대 학자들은 천하가 셋으로 갈라진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이 사람은 유자의 수하였던 장송이다. 기록에 따르면 장송은 키가 작고 볼품없으며 방탕한 사람이었다 한다. 그러나 지략이 뛰어나고 능력이 있어 꽃 중의 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장송이 모시던 유장은 큰 뜻을 품은 사람이 아니어서 장송은 그 밑에서 한숨을 쉬며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조조가 형주를 정복하고 유비는 도망갔다는 소식이 퍼지자, 유장은 불안해져서 장송에게 조조를 잘 달래 보라고 시킨다.

     

       그러나 전쟁에서 막 승리한 조조는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작고 못생긴 장송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허유가 조조를 찾아갔을 때 맨발로 반기면서 인재를 향한 목마름을 보여 준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조조 밑의 양수가 장송을 쓸 것을 여러 차례 권했지만, 조조는 양수의 말을 듣지 않았다. 좋은 마음으로 조조를 찾아갔다가 냉대만 받은 장송은 가슴 한가득 울분을 참으며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익주에 돌아온 장송은 적벽에서 조조가 대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유장에게 유비와 동맹을 맺으라고 조언한다.

     

       사실 조조는 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물이다. 조조는 누구보다 인재를 중시했기에 주변에 많은 사람을 거느렸고, 이것이 바탕이 되어 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조조는 후기로 갈수록 교만해져 인재를 알아보지 못했다. 특히 그에게는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나쁜 습관이 있었다. 만약 장송이 주유나 제갈량처럼 누구나 좋아할 만한 외모를 가졌다면 거만한 조조도 그를 자기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인물열전>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을 볼 때는 겉만 번지르르한 자인지 실속 있는 자인지 구분해야 한다. 겉만 번지르르한 자는 외모는 빼어나지만,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빛 좋은 개살구다. 반면 실속 있는 자는 외모는 볼품없지만,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사람이다. 장송은 말하자면 실속 있는 자였다.

    반응형

    '삼국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만했던 팽양  (0) 2023.06.09
    중요한 부탁을 저버리지 않은 장굉  (0) 2023.06.04
    마등은 어떻게 죽었을까  (0) 2023.05.31
    대도독  (0) 2023.05.30
    유비를 잡아 두려고 했던 주유  (0) 202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