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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 건너 불 보듯
원희, 원상은 조조에게 패한 뒤 수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요동으로 가서 공손강에게 의지한다. 당시 공손강은 요동태수였지만 관할지가 중앙에서 멀어 관리하기 힘든데다 군대가 강하여 중앙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하후돈을 비롯한 조조의 부하들이 주장했다.
“원희와 원상이 공손강에게 의지하면 화근이 될 것입니다. 빨리 군사를 이끌고 가서 그들을 한꺼번에 쳐야 합니다.”
그러나 조조의 생각은 달랐다. 이틀만 지나면 공손강이 원씨 형제의 목을 가져다 바칠 것이니 기다리자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조의 예측이 맞았다. 장군들은 이것이 ‘강 건너 불 보는’ 계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병법은 이것을 이렇게 말한다. 적 내부에 갈등이 있을 때는 가만히 기다려서 그 갈등이 더 깊어지고 혼란에 빠질 때를 노리라는 것이다. 이 방법은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것이어서 겉으로는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동안 적은 내부 갈등이 폭발하여 서로 싸우게 되니, 앉아서 이득을 볼 수 있다.
여러 무리가 각자 이익을 추구하는 가운데 한 무리가 다른 무리와 동맹을 맺을 때도 이 방법을 쓸 수 있다. 바깥의 위협이 커지면 동맹 관계도 단단해질 것이다. 바깥의 위협을 막고자 힘을 합쳐 맞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깥의 위협이 없을 때는 동맹을 맺은 무리가 서로 이익을 좇아 갈라지기 쉽다.
공손강과 원 씨 형제는 모두 조조와 갈등이 있는 세력이었다. 그러니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공격했다면 그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힘을 모아 외부의 적에 맞섰을 것이다. 하지만 공 손강과 원 씨 형제 사이에도 갈등이 있었다. 형제의 아버지 원소는 살아 있을 때 요동을 차지하려는 마음이 있었고, 공손이랑은 이에 앙심을 품었다.
조조가 때를 기다린 것은 그들 내부에서 갈등이 깊어질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공손이랑은 조조가 군사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원 씨 형제를 처리하는 데 힘을 쏟았다. 조조는 바로 이것을 꿰뚫어 보았다.
2. 자만심의 최후
관도 전투에서 허유가 없었어도 조조는 승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허유가 없었다면 어려움이 더 컸을 것이다. 당시 조조 군과 원소 군은 오랫동안 대치하고 있었다. 원소 군은 병력과 군량미가 충분했지만 조조 군은 그렇지 못했으므로 조조 군이 이길 가망은 없어 보였다. 이때 허유가 조조에게 원소 군의 군량미를 불태우자는 계책을 내놓는다. 이것이 승패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원소가 죽은 뒤 조조는 기주성을 공격했다. 그러나 성벽이 견고하고 수비가 철저하여 오랫동안 함락하지 못했다. 이때 허유가 장하의 물을 기주성 안으로 흘려보내자는 계책을 내놓았다. 그 계책이 성공하여 조조는 기주 지역을 점령할 수 있었다.
그러니 허유는 관도 전투의 일등공신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는 조조에게서 큰 상을 받아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허유는 조조군이 기주성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처형당했다. 허유의 죽음은 그가 친구와 윗사람의 경계선을 확실히 하지 않고, 자신이 부하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유, 조조, 원소 세 사람은 어려서부터 좋은 친구였다. 어릴 때는 그저 어릴 때는 그저 어울려 놀았으나, 세월이 흘러 조조는 지위가 높아졌고 많은 부하를 거느리게 되었다. 그러나 허유는 조조를 친구로만 생각하여 사람들 앞에서 조조를 어릴 적 이름인 ‘아만’으로 불렀다. 이렇게 하면 더 가깝게 느껴지고 허영심을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조조의 부하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지도자로서는 부하에게서 어릴 적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위엄이 설 리 없다. 조조는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으나 마음속으로는 화가 났다. 그래서 전투에서 승리하자 핑계를 찾아 허유를 없앤 것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를 구별하여 알맞게 행동해야 한다.
허유의 또 다른 단점은 자만한 것이다. 한 사람의 역량과 재능은 한계각 있게 마련이다. 자신의 지혜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허유는 공적인 관계에서 윗사람을 존경할 줄도 모르고 동료들 앞에서 겸손하지도 않았다. 그 단점들이 그를 비참한 최후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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