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10. 11.

    by. lyc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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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군사를 부리는 것은 적을 속이는 것

     

       조조는 원상을 섬멸한 뒤 업성을 총공격하기 시작한다. 허유는 장하의 물로 업성을 잠기게하자는 계책을 내놓았고 조조는 동의했다. 그러나 업성의 수비를 맡은 장수 심배도 병법에 능했으므로 마음 놓을 수 있는 인물은 아니었다. 전에 업성을 칠 때 심배에게 막혀 큰 손해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업성을 물에 잠기게 할까? 조조는 먼저 작은 부대를 보내 업성 밖에 4킬로미터 길이의 도랑을 파게 했다. 심배가 소식을 듣고 성벽 위에서 조조군이 하는 짓을 지켜보았다. 조조군은 성 밖에 도랑을 파고 물을 대고 있었지만, 깊이가 터무니없이 얕았다.

       “저렇게 얕은 도랑으로 우리 업성을 물에 잠기게 하겠다고? 참 얼간이들이로군.”

       심배는 의기양양하여 어떤 대비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조는 밤사이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여 도랑을 파게 했다. 병사들은 하룻밤 사이에 6미터 깊이의 도랑을 팠다. 날이 밝자 조조군은 장하의 물길로 업성을 공격해 업성을 차지했다.

     

       병법을 다른 책은 군사를 부리고 싸우는 것이 속이는 행위라고 말한다. 그래서 칠 수 있어도 못 치는 것처럼 하고, 치고 싶어도 치고 싶지 않은 것처럼 하라는 것이다. 가까운 곳을 치고자 할 때는 먼 곳을 칠 것처럼 하고, 먼 곳을 치고자 할 때는 가까운 곳을 칠 것처럼 한다. 그러면 적은 예상이 빗나가 당황할 것이다. 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알맞게 대처해야 승리를 향에 다가갈 수 있다.

       조조가 업성을 물에 잠기게 한 것도 속임수를 잘 쓴 예다. 조조는 처음에는 얕은 도랑을 파서 상대방이 마음을 놓게 만들었다. 업성을 지키는 심배는 제까짓 것들이 그렇게 얕은 도랑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하며 물 공격에 대비하지 않았다. 이는 앞에서 말한 칠 수 있지만 못 치는 것처럼 하는 것이다. 심배가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틈을 타서 조조군은 밤을 새워 6미터나 되는 깊이의 도랑을 팠다. 그리고 물 공격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2. 고대 중국의 책

     

       고대 중국의 책은 첫머리에서 신비롭고 괴이한 전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설에 등장한 내용이 문제가 되었을 때 작가가 변명할 수 있는 여지가 된다.

       예를 들어 <수호지>는 봉인되어 있던 서른여섯 천강성과 일흔둘 지살성을 실수로 풀어주는 장면으로 시작해, 이후에 양산박의 108 호걸을 등장시킨다. <홍루몽>에서는 보옥이 신영시자의 화신으로 나오고 대옥은 하늘의 강주선초인데, 물길을 내준 신영시자에게 은혜를 갚으려고 대옥이 인간 세상에 태어나는 것으로 설정해 두 사람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부여한다.

       그러나 <삼국지연의>에는 남화노선이 장각에게 천서를 주는 장면 말고는 전설이 없다. 이 시대를 다룬 여러 이야기에는 전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관중이 책을 쓸 때 빼 버렸다.

       <삼국지연의> 이전에 나온 책 <삼국지평화(三國志評話)>는 인과응보 설을 차용, 조조를 한신의 환생, 유비를 팽월의 환생, 손권을 영포의 환생으로 그렸다. 한신, 팽월, 영포는 한나라를 세운 공신으로서 유방의 손에 하나하나 숙청당한 인물인데, 이들을 환생시켜 한나라를 셋으로 나눠 가지는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또 한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가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고, 한신을 죽이는 데 앞장선 여후가 헌제의 정비 복 황후라고 나온다. 그래서 이 책 속에서는 헌제가 조조에게 온갖 고초를 겪고, 복 황후는 자신의 목숨뿐 아니라 일가친척 2백여 명의 목숨까지 조조에게 잃는다.

     

      3. 소설가가 군사 지식도 훌륭하군!

     

       <삼국지연의>에는 조조군과 원소군이 맞붙은 창정 전투가 세세히 묘사되어 있지만, 역사책에는 이 싸움을 다룬 기록이 거의 없다. “4월에 조조가 강가에서 원소군을 공격해 승리했다라는 정도의 기록만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 전투의 묘사는 순전히 <삼국지연의>를 지은 작가 나관중의 손에서 탄생했다. 나관중은 적은 수의 군대가 큰 군대와 붙어 이겼다는 것에 흥미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조조군의 전술을 만들고 그 진행 과정을 촘촘히 그려 냈다.

       이것을 보면 나관중은 단순히 소설만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군사 상식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후세 사람들은 <삼국지연의>를 읽으면서 싸우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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